
낮은 곳의 나라 대한민국
세계의 주춧돌이 되는 길
박지온 · 2026년 7월 17일 발행
7,000원 · EPUB · 6부 22장 + 부록 2편 (PDF 기준 156쪽)
"AI 강국"은 꿈이 될 수 없다. 꿈은 도구의 이름이 아니니까.
추격이 끝난 자리에서, 이 나라의 다음 문장을 묻는다.
밖에서 보면 부러움을 받는 나라가 됐는데, 정작 스스로에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물으면 시원하게 답하는 사람이 없다. 뉴스가 내놓는 답은 "AI 3대 강국"이지만, 저자는 그 허전함의 정체를 이렇게 짚는다 — AI는 도구다. 전기나 인터넷이 그랬듯 곧 모든 나라가 쓰는 흔한 도구가 된다. "전기 강국"이 한 나라의 꿈이 될 수 없듯, "AI 강국"도 꿈이 될 수 없다.
이 책은 산업화·민주화·정보화까지 늘 앞선 등을 따라 달려온 대한민국이, 따라갈 등이 사라진 생전 처음의 자리에서 스스로 방향을 정하는 문제를 다룬다. 저자가 내놓는 대답은 한 줄이다 — 낮은 곳에 있는 이웃. 낮은 곳은 지는 자리가 아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기에 모든 것을 살리고, 주춧돌은 가장 낮은 곳에서 집 전체를 떠받친다. 세계라는 마을에서 주인공이 되려는 게 아니라, 이웃들이 저마다의 꽃을 피우도록 받쳐주는 기반이 되는 것 — 그것이 힘없는 나라의 체념이 아니라 힘 있는 나라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당당한 선택이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주장은 데이터로 검증된다. KOSIS·한국은행·OECD·World Bank·UN·SIPRI 등 1차 출처 통계만으로 한국의 고유함(학습, 인구, 갈등, 교육)과 기여의 영역(반도체, 조선, 원조, 문화, 기초과학)을 실측하고, 무기 수출·핵무장론·진영 논리처럼 비전과 정면충돌하는 불편한 트레이드오프도 회피하지 않는다. 육백 년 전 훈민정음에서 이 비전의 원형을 찾아내는 마지막 장까지, 이 책은 감상적 애국론도 자기 비하도 아닌 제3의 언어로 대한민국의 다음 페이지를 쓴다.
이 책의 핵심
- 추격의 끝
- 산업화·민주화·정보화는 모두 목표였지 비전이 아니었다. 따라갈 등이 사라진 나라의 첫 자기 방향 설정.
- "AI 강국" 정면 비판
- 도구를 꿈의 자리에 놓은 시대에 대한 반박과, 등수 세계관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
- 낮은 곳의 비전
- 상선약수와 훈민정음에서 찾아낸 원형. 주인공이 아니라 모두가 딛고 일어서는 기반이 되는 나라.
- 데이터 실증
- 1차 출처 통계만 인용하고 논지에 불리한 통계도 그대로 싣는다. 무기 수출·핵무장론 같은 불편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미리 읽기
프롤로그. 낮은 곳의 나라
판매판에 실린 프롤로그 전문입니다. 본문은 여기서 이어집니다.
해외여행을 가본 분이라면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한국에서 왔어요"라고 말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이 달라졌다는 것을요. 예전에는 "북한? 남한?"을 묻던 사람들이 이제는 좋아하는 드라마 이야기를 꺼내고 자기가 만들어본 한국 음식 사진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어느새 부러움을 받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밖에서 보면 이렇게 잘나가는 나라인데, 정작 우리 스스로에게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라고 물으면, 시원하게 답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뉴스에서는 답을 줍니다. "AI 3대 강국이 되겠다." 들을 때마다 뭔가 허전하지 않으셨나요? 저는 그 허전함의 정체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는 도구입니다. 전기나 인터넷이 그랬듯, 곧 모든 나라가 쓰는 흔한 도구가 됩니다. "전기 강국이 되겠다"가 한 나라의 꿈이 될 수 없듯이, "AI 강국"도 꿈이 될 수 없습니다. 꿈이란 도구의 이름이 아니라, 그 도구를 들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대답이어야 하니까요.
그러면 왜 우리는 그 대답을 못 하고 있을까요.
돌아보면 우리는 지금까지 늘 누군가의 뒤를 따라 달렸습니다. "잘살아보세"라고 외칠 때는 앞선 나라들의 공장을 따라 지었고 민주주의를 세울 때도, 인터넷 강국이 될 때도, 목표는 언제나 앞에 이미 있었습니다.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됐지요. 그리고 우리는 정말 잘 달렸습니다. 문제는 이제 앞에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갈 등이 사라진 지금, 우리는 생전 처음으로 스스로 방향을 정해야 하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3대 강국" 같은 등수 목표가 자꾸 나오는 것은, 어쩌면 등수 말고는 방향을 정해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잠깐, 나라 이야기를 사람 이야기로 바꿔보겠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1등 해라"라고 말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등수는 남이 만든 줄에서의 위치일 뿐, 그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는 말해주지 않으니까요. 좋은 어른이라면 이렇게 묻겠지요. "너는 뭘 잘하니?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사람마다 생김새와 잘하는 것이 다르듯, 나라도 저마다의 성격과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라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세계라는 학교에서 몇 등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 우리는 어떤 나라인가, 우리는 이웃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세계는 순위표가 아니라 마을에 가깝습니다. 빵 잘 굽는 집, 아이들 잘 가르치는 집, 고장 난 걸 잘 고치는 집이 서로 기대어 사는 마을. 저마다 다른 강점이 서로를 살려주는 곳입니다. 그 마을에서 한국은 주인공이 되려는 게 아닙니다. 애초에 좋은 마을에는 주인공이 없습니다. 저마다 자기 몫을 하는 이웃들이 있을 뿐이지요. 그것이 더불어 사는 세상입니다.
그러면 그 마을에서 우리는 어떤 이웃이 되고 싶은가. 대답은 한 줄입니다.
낮은 곳에 있는 이웃.
낮은 곳은 지는 자리가 아닙니다. 물을 생각해보세요. 물은 늘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바로 그래서 논에 닿고 뿌리에 닿아 모든 것을 살립니다. 집을 생각해보세요. 주춧돌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가장 낮은 곳에 있지만 집 전체가 그 위에 서 있습니다. 낮은 곳이란 모두가 딛고 일어서는 자리, 남들이 자라나도록 받쳐주는 자리입니다. 무대 위의 주인공 대신 무대가 되어주는 것. 저는 그것이 힘없는 나라의 체념이 아니라, 힘 있는 나라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당당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믿기지 않으신다면, 우리 역사에 이미 그 증거가 있습니다.
육백 년 전,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이 붓을 들었습니다. 글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 한 줄 못 쓰는 백성들 — 그 시대의 가장 낮은 사람들을 위해서였습니다.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끝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자가 많다. 내가 이를 가엾게 여겨…" 훈민정음 서문입니다. 왕이 자기 권위를 세우는 대신, 가장 낮은 사람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문자를 만든 것입니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낮은 곳으로 내려가 남의 성장을 받쳐준다는 이 책의 꿈이 이미 한 번 실현된 사건입니다. 우리의 꿈은 수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원래 우리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에게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우리는 낮은 곳이 어떤 곳인지 몸으로 압니다. 나라를 빼앗겨봤고, 전쟁으로 폐허가 돼봤고, 다른 나라의 도움으로 끼니를 이어봤습니다. 그리고 그 바닥에서 올라와,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올라선, 지구상 유일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내미는 손은 다릅니다. 부자 나라의 적선이 아니라, "우리도 거기에 있었다"는 사람의 손이니까요. 가난한 나라들이 미국이나 중국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말을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당했던 낮음을, 이제 스스로 선택하는 낮음으로 바꾸는 것 —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다음 페이지입니다.
밖에서 좋은 이웃이 되겠다는 나라가, 안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어른과 젊은이가,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이 서로를 미워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한 줄로 세워져 등수 경쟁에 지쳐갑니다. 안에서 더불어 살지 못하면서 밖으로 더불어 살자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또 하나, 세상은 아직 마을이라기엔 험합니다. 우리 곁에는 주인공이 되겠다는 강대국들이 버티고 있고 핵과 무기와 편 가르기의 요구가 우리를 시험합니다. 착한 꿈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물음에도 눈감지 않아야 합니다.
꿈은 가슴으로 꾸지만 그 꿈이 허풍이 아닌지는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가 정말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좋은 이웃 노릇을 실제로 어디서 하고 있고 어디서는 말뿐인지 — 숫자가 정직하게 말해줄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 나라를 끌고 가는 구성원이면서 동시에 이 나라를 바라보는 관찰자이기도 합니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이면서 관중석에도 앉아 있는, 세상에 흔치 않은 자리입니다. 잠시 관중석에 앉아 이 나라를 함께 바라보고 어디로 가면 좋을지 함께 궁리한 다음 — 다시 운동장으로 내려가기 위해서입니다.
한 가지 미리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 책은 방향 하나를 제안하지만 제안이 곧 결정일 수는 없습니다. 나라가 어디로 갈지는 책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정하는 것이고 함께 정하려면 정하는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 자리가 지금 우리에게 없다는 것 —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이 하려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되는 상상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이런 상상을 해보려 합니다. 세계의 낮은 곳마다 스며들어, 이웃들이 저마다의 꽃을 피우도록 받쳐주는 나라. 그러면서 누구보다 자기다운 나라.
여기는 낮은 곳의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여기서 본문 6부 22장이 시작됩니다.
프롤로그가 던진 물음에 1차 출처 데이터로 답하는 나머지 전부는 판매판에 담겨 있습니다.
7,000원 · ISBN 979-11-220080-2-9
지은이
박지온은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시민단체 생명의숲 간사와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했다. 이 책은 나라의 구성원이면서 동시에 관찰자인 자리 — 경기장에서 뛰면서 관중석에도 앉아 있는 국민의 자리에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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